다은네 오두막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긴대로 사는 삶을 지향합니다.





Q. 저는 저를 어떻게 지켜야 할까요?

다은
2024-05-20
조회수 618


"분명 눈물이 나올만큼 슬펐는데 말이죠...


속상한 말을 듣거나 누군가의 부정적인 감정을 떠안게 되었을 때 속상해서 눈물이 나오려다가도, '그래,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 사실 그 말이 맞는 말일지 몰라. 울면 달라지는 게 있나?' 라는 생각과 반사적으로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냥 하하 하고 웃어 넘겨버려요. 이럴 때면 상대는 제가 아무렇지 않은 줄 알고 더 날카로운 말을 하거나 더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도 하는데 저는 저를 어떻게 지켜야 할까요?


상처를 받았지만 또 상대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미워하지도 못하고 수긍하게 되고 동등한 관계에서 라면 모를까, 저보다 어른들이 하는 말이니, 자꾸 움추려들어요. 긍정적인 의견을 나누지 못해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여기로 도망왔네요.."


- 익명의 오두막 주민님





A. 긍정적인 의견을 나누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에, 마음이 쓰여서 떠오르는 말을 정리해보다가, 긍정이라는 단어를 작년에서야 제대로 읽어보았던 기억이 났어요.


1.어떤 생각이나 사실 따위를 그러하거나 옳다고 인정함

2.논리학에서, 어떤 명제에 대하여 판단을 승인함


생각보다... 일단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더라구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긍정이라니, 저는 오히려 통용되는 억지스러운 느낌보다 사전 정의가 훨씬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긍정하려면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하지요. 저는 익명님이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잘 파악해서, 올바르게 긍정하는 분처럼 느껴졌어요.


내 안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동시에 알아차린다는 건, 실은 무지 어려운 일이랍니다. 모든 것의 시작, 내가 되는 일의 시작은 철저하게 [알아차림]이니까요. 모쪼록 감정을 알아차린 스스로를 대견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일을 하고 계신 거예요.




덧붙여,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야할지에 관해 개인적인 조언을 덧붙입니다.


부디, 타인을 나와 동등하게 여기지 마세요.

타인의 존재를 나와 동등하게 존중하지 마세요.


늘 머리에 넣어놓고, 자주 사용하는 문장인데요.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민감성이 높으면 나와 타인을 동일선상에 두거나, 나보다 타인을 내 위에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응당, 자기 자신을 가장 최우선 순위에 올려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말이지요. 어쩌면 이 민감성이라는 것이 타인의 마음과 의도를 너무 크게 부풀려서, 상대적으로 나를 작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독자님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 때면 일종의 과몰입 상태에 빠져 있음이 느껴지곤 했거든요.


타인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커질 때는, 머릿속에 그 사람과 나를 이미지로 풍선으로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내 안에서 울리는 영향력의 크기를 한 번 가늠해보세요. 나는 얼마만큼 작아졌고, 그 사람은 얼마나 크게 부풀려졌는지를요. 편차가 너무 크거나, 사실은 내가 나에게 하던 말을 그 사람이 뱉어버린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의식적으로 타인의 풍선을 작게 만들어보세요. 싫은 감정이 울컥 올라오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더 작게, 사랑하는 존재는 나와 동등한 크기로 말이지요. 


저는 독자님 같은 상황에 놓일 때마다, 훌륭한 처세와 유머로 그 사람의 입을 다물게 하는 스스로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 원망스럽기만 했던 것 같아요. 실은 지금도 잘 못하는 걸 보면 아직 그릇이 자라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안 좋은 소리를 들었을 때 여유롭게 넘기는 처세 같은 것은... 삶을 더 살아보면서 고군분투 끝에 얻어지는 부산물 같더군요. 50대 중반 즈음에나 자연스레 잘 먹히는 방법이랄까요.

 

그러니 처세를 잘해도 의심스럽게 젊은 현재로서는, 남의 풍선 같은 건, 바람을 빠뜨리거나 바늘로 찔러 터뜨려도 상관 없습니다. 부디 모든 상황에서 현명하고 비폭력 주의이며, 나와 타인을 이해하며 겉과 속이 똑같은 비현실적인 인간이 되려고 하지 마셔요. 평범한 인간으로, 평범한 모순과 고민 속에서 그런 스스로를 알아차리는 것으로 정말 충분하니까요.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있어도, 지금처럼 스스로를 긍정하면서, 마음껏 울고 자유롭게 원망하시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지 않아도 이미 잘 해나가고 계시지만요. 점점 더 좋아질 거예요. 그렇게 잘 해나가실 거고요!





다만 저의 경험 상, 착실하게 나를 알아차리고 최선의 방어를 하더라도, 순간 순간은 외롭고 고달프기 마련인 것 같아요. 타인이 건네는 가시를 매번 소화해내다가도, 어느 순간 턱 걸려서 내 속을 쥐어뜯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뭐든 해결책은 한 페이지로 정리할 만큼 쉽지만, 우리는 한 순간도 빠짐 없이, 좋으나 싫으나 계속 살아있어야 하니까요.


혹 소화의 과정을 해나가기 어렵거나, 때때로 정신이 픽 쓰러진 적이 있으시다면 오두막 지기가 운영하는 [예민인 방패법]을 두드려주세요.


예민인에게 필요한 방어술을 알려드리는 시간이 될 거예요. 밀려오는 자극을 소화하지 못해서 기력이 자주 빠지거나, 우선순위가 자주 밀리는 예민인에게 도움이 됩니다.


예민인 방패법




이 글에 적은 지기의 답은 여전히, 지기의 경험을 조금 확장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예요.

이 글을 읽는 독자님 중, 비슷한 고민을 해보셨거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을 적어주세요. 응원도, 조언도 환영합니다. 경험이 담긴 이야기는 질문자 주민님께도 지기에게도 좋은 양분이 될 거예요.



다은 드림




주민 고민함

4 2